기사 날짜 : 2017.10.02
최근 VR(가상현실)산업의 화두는 단연 도심형 VR테마파크다. 리테일 시장에서는 100여만원에 달하는 HMD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재방문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소규모 VR방은 킬러콘텐츠의 부재로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형 어트랙션과 부대시설 등 복합 놀이공간으로 자리매김한 VR테마파크에는 예상치를 웃도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천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6층에 위치한 ‘몬스터VR’은 가장 핫한 VR테마파크로 꼽힌다. 8월초 VR플랫폼 개발사 GPM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천시 등 정부기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개장한 ‘몬스터VR’은 40일만에 유료 입장객 3만명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시작한 다른 테마파크보다 월등히 뛰어난 기록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VR’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성준 GPM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기 비결? 쉽고 편하게 놀 수 있어야
‘몬스터VR’이 자리잡은 트리플스트리트 6층은 엄밀히 말해 목이 좋은 곳은 아니다. 트리플스트리트 가장 안쪽 건물에 위치한 탓에 지하철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데다가,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그 때문에 쇼핑몰도, 식당도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한 곳이다.
‘몬스터VR’이 입점하기 전 주변 상인들은 그 곳을 ‘죽은 공간’이라고 불렀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치였다. 하지만 그 죽은 공간이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기 랜드마크로 탈바꿈했다. 다 ‘몬스터VR’ 덕분이다. 박성준 대표는 “우리가 (공간을) 살려냈다”고 웃었다.
‘몬스터VR’은 개장 이후 늘 인산인해다. 평일에는 300~500명, 주말에는 1000~1500명이 이 곳을 방문한다. 수용인원은 250명이고, 자유이용권을 구매한 사람은 최대 3시간까지 머물 수 있다. 그래서 주말에는 불가피하게 대기열이 길게 늘어선다. 티켓팅만 1시간 반이 걸릴 정도다. 박 대표는 “멀리 부산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을 보면 미안해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몬스터VR’의 성공 키워드로 ‘쉽게’, ‘편하게’, ‘함께’를 꼽았다. VR테마파크는 대중들이 당구장이나 영화관을 찾듯이 지인들과 부담 없이 놀러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온 몸에 센서를 장착하고, 스탭들이 달라붙어 사용법만 수십분을 설명해야 하는 마니아층 타깃 VR콘텐츠는 테마파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유명 VR테마파크에 다녀왔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가 ‘드래곤볼’, ‘신세기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등 유명 IP를 활용해 만들어낸 VR콘텐츠가 즐비한 곳이다. 그는 “얼마나 잘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갔는데, 콘텐츠는 진짜 재미있었다”며 “하지만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복잡한 사용법 때문에 콘텐츠 하나를 즐기는데 30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는 “VR테마파크는 체험하는 곳이 아니라 노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몬스터VR’에는 노는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이 즐겁게 게임을 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환호와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기존 테마파크와 비슷한 분위기다.
■ 다양한 콘텐츠, 저렴한 가격도 인기에 한몫
‘몬스터VR’의 또다른 성공 비결은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400평 공간에 27개의 VR어트랙션과 방 안에서 VR게임을 골라서 즐길 수 있는 5개의 ‘큐브’를 갖췄다. VR콘텐츠 공간만 따지면 전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입장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큐브’에서는 20여개의 콘텐츠 중 2개를 골라서 체험할 수 있다. 모두 체험하려면 ‘큐브’에 10번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방문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박 대표는 “SNS에서 사람들이 남긴 체험담을 보면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말이 많다”며 “일주일에 많게는 3번까지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GPM과 SBS가 손잡고 마마무, 아스트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공연모습을 제작한 VR콘텐츠도 ‘큐브’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한류를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박 대표는 “한국인들은 게임을 더 선호하는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VR콘텐츠를 보면서 아이돌 춤을 따라하고 즐거워한다”고 귀띔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몬스터VR’을 단체 패키지 상품에 넣기도 한다.
‘몬스터VR’의 티켓 비용이 다른 곳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평일 기준 성인용 자유이용권은 2만4000원. 3시간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하나 즐기는데 평균 1000원꼴이 드는 셈이다. 박 대표는 “기존 테마파크와 비교하면 아깝지 않은 수준”이라며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많이 찾기도 하고, 도심에 위치하다보니까 아이들만 따로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추석에 가족과 VR체험 어때요
‘몬스터VR’은 개장 후 처음 맞는 추석 준비에 한창이다. 가족 나들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 당일에 다양한 이벤트로 입장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각오다. 입구에서는 투호(병 안에 화살을 던져 넣는 전통놀이)를 진행해 할인권을 지급하고, 테마파크 안에서는 ‘좀비킬’ 게임으로 대회를 열어 재방문권을 증정한다.
박 대표가 추석날 가족 방문객에게 추천하는 VR콘텐츠는 ‘시네마VR’과 ‘큐브’다. ‘시네마VR’은 4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고, ‘큐브’는 한 사람이 게임을 체험할 때 다른 가족들이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유다. 특히 ‘큐브’는 멀미를 일으키지 않아 VR콘텐츠를 처음 접하는 부모세대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GPM’은 자사가 운영하는 VR서비스에서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을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까지 데이터 무선전송 개발회사 와이젯의 시스템을 적용, ‘큐브’ 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박 대표는 “갑자기 몸을 돌리거나 콘트롤러를 휘두를 때 케이블이 걸리는 일이 많다”며 “보다 나은 VR경험을 위해서는 케이블을 없애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다른 회사 제품을 썼을 때는 배터리 무게나 끊김 현상이 불만족스러웠는데, 와이젯의 기술은 그렇지 않아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GPM은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 VR테마파크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규모는 인천 송도보다 훨씬 큰 1000평 내외로 계획중이지만, 즐겁게 놀 수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박 대표는 “마케팅을 쏟아부어 강제적으로 모은 손님은 일회성에 그친다”며 “앞으로도 온 가족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VR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자료 출처 : 게임톡 서동민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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